롤랑의 노래_La Chanson de Roland

오용석 개인전 <롤랑의 노래_La Chanson de Roland>

2013.8.9.Fri. – 2013.8.24.Sat.

 

Re:보내지지 않은 편지

 

심층과 표면이 동등하게 파악된다면 사랑과 같은 감정은 더 잘 이해될 것이다.

-미셸 투르니에-

 

과잉된 사랑

오용석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수많은 이미지를 채집하고, 이미지들 사이의 관계성을 추적해나가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생성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주로 신화적 형상, 실존 인물, 도상적 재현 등 사회에서 익숙하게 통용되는 코드들을 그가 채집하여 만들어 내는 이미지 속에 기입해 놓는다. 강한 상징적 코드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 없이 접근 하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익숙한 코드의 생경함을 산출해 내는데 일조한다. 사회의 공통 감각으로는 포섭되지 않는 낯설고 이상한 감각들을 재료로 작가는 그가 만든 판타지의 영역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가 구축한 판타지를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사건의 단서를 알려주고 싶은 범인인 동시에 증거를 수집하는 탐정과 같이, 양립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그가 만든 이야기를 전달한다. 즉, 범죄의 내막을 탐색해 들어가다 사건의 핵심부로 휩쓸려 들어가게 되는 누아르적 장치의 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 장치는 사건 속에 내포된 욕망의 대상과 욕망의 행위가 겨누고 있는 궁극 지점을 들여다봐달라는 것이다.

그의 작업 전반에는 사랑과 욕망의 구조적 관계 및 그것들에 의해 파생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욕망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싶은 열망. 작가는 그것의 불가능성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환상과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환상의 영역으로 들어간 작가는 다시 그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왜냐하면 환상은 욕망이 실현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욕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혹은 욕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하나의 틀로서 기능한다.’ 하였듯이. 그는 욕망의 심층으로 들어가 그것의 근원적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표면에서 환상의 환영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영역을 이야기한다.

환상의 접면

오용석의 페인팅에서 보이는 공간은 물리적으로 평평하다. 뚜렷한 소실점이 없거나 약화시킴으로 3차원의 원근법적 깊이가 가지고 있는 현실감을 벗어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또한, 그림의 얇은 표면이 갖는 의미 작용은 그가 그리는 얼굴의 이미지에서 더욱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잘린 머리와 같은 이미지를 반복하여 그리곤 한다. 그것을 거세된 욕망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인격과 분리된, 표면으로 다루어진 얼굴을 보게 된다. 내면을 반영하는 얼굴이 아닌 얼굴의 껍데기는 표면의 표상이다. 깊이가 없는 표층의 세계가 가질 수 있는 존재의 희미함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틈으로 작용한다. 그에게 표면의 세계는 현실과 비현실의 접면일 것이다. 욕망의 근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환상의 세계에서 욕망의 표면들과 조우하는 것, 즉 그의 그림에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현실의 욕망이 치환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그의 그림을 읽어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보내지지 않은 편지

깊이가 없는 표면이 유발하는 존재의 모호함은 그가 쓰는 소설의 형식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는 대부분 1인칭 ‘나’이며,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주로 사용한다. 객관적 서술이 가능한 3인칭 시점과 달리, 1인칭 시점은 세계를 `나’의 내면으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나’의 독백으로 가득 찬 소설이지만 독백과 방백 사이를 오간다. 편지라는 형식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데, 그것은 편지의 진정한 수신자가 편지의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해줄 상대자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수신자에게 받을 답장을 기다리듯, 작가는 끊임없이 욕망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 발견하길 기대한다. 오용석은 그의 작업과 소설에서 본능, 충동, 욕망, 사랑을 환상fantasy의 프리즘에 투과시킨 스펙트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 프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될 것이다.

 

– 장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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