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at a scab

서재민 개인전 <Pick at a scab>

2014. 7. 23 – 8. 6

 

 

나는 이유가 불명확한 개인적인 불안감을 투사한 대상들을 그린다. 겨울의 강, 담벼락을 뒤덮은 담쟁이들, 설경 등 일상적 장면에서 문득 느끼는 불안감은 대상에 내재된 특정한 속성에 의해서라기보단 마침 준비되어 있었던 나의 심리적 상태에 의한 것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주변 풍경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은 스스로를 향한 자학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강박적인 반복을 통해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드러나며 대체되어가는 대상들을 수집하며 표현한다. 그것은 불안감을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 점점 차올라 견딜 수 없어지기 전에 눈앞에 꺼내어 보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멀리서 개가 2시간 동안 짖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무엇을 보고 놀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그 녀석은 스스로를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았다. 스스로를 참아내지 못하는 광기어린 짖음에 나 자신이 울림통이 되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나의 그림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최근의 작업에는 잠들기 직전에 본 장면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강하게 잔상이 남는 꿈의 모습, 별것 아니지만 견디기 힘든 체험 같은 것들이 추가되고 있다. 어렸을 적 열병을 앓았을 때 보았던 환영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발작적인 개의 짖음이나 풀리지 않는 꿈의 모습들은 모른 채 넘기고 싶은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은 모두 밖으로 꺼내어 놓아야 한다. 이미지가 사라지기 전에 그림으로 고정시켜 놓으면 언젠가는 이해되어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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