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歌…to listen

강준영 개인전 <이야기 + 歌 … to listen>

2014. 10. 8 – 10. 29

 

 

Intro

21세기의 모든 대중음악은 락Rock과 힙합Hiphop에서 시작한다. 어떤 장르도 락과 힙합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대중음악이 촉발시킨 여러 문화현상 역시 이 두 장르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글은 그런 믿음을 가진, 특히 락이야말로 현대 대중음악의 근간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쓴 ‘강준영 감상문’이며 ‘마인드 맵’ 같은 것이다.

 

Verse 1

80년대의 그는 이 좁은 반도 밖에서 살 궁리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당시로서는 무척 어린 나이에 호주에서 첫 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또래 한국 친구들이 이승환과 신승훈의 라이벌 관계나 서태지와 듀스의 장르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동안 본토의 주절거림, 힙합의 트렌드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야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까지 댄스뮤직에서 일종의 브릿지 역할이나 겨우 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 전반에서 랩과 힙합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되어 있었고, 부모님의 간섭 없이 이스트와 웨스트, 올드와 뉴스쿨을 가리지 않고 섭렵하기 시작한 그의 CD 컬렉션은 이후 그가 살아갈 삶의 궤적을 미리 그려 놓은 지도 같은 것이 되었다. 그에게는 딱히 그것이 누구의 어떤 곡이었는지가 아니라 비주류 흑인문화가 백인사회에 침투하고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그 상황이, 그리고 그가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먹히는’ 트렌드가 당연하고 중요한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그도 IMF는 피하지 못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강원도 산골에서 군생활을 해야 했으며 지금 노래방에 가면 우리처럼 듀스를 부르며, 빅뱅의 멤버 ‘태양’의 페이스북을 팔로우하고 있다.

 

Verse 2

손님이 없으면 갤러리에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나는 힙합입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좀 우습다. 그러나 전시를 준비하며 진행한 여러 번의 인터뷰와, 인터뷰를 가장한 술자리에는 둘 사이에 분명한 공명이 있었으며, 그것은 두 사람이 기대고 살아온 음악의 장르 혹은 그 장르가 가진 공통의 ‘스피릿-정신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느낌이 덜 한 그것’이 발현된 순간이었다고 믿는다. 락과 힙합은 부족하고 소외된 그리고 그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생각한 이들이 그들을 통제하는 사회구조나 권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로부터 시작된 장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국 두 장르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저항’과 더불어 가장 큰 키워드가 된 것은 ‘Love & Peace’다. 사실 전시는 거기서 시작해서 거기서 끝이 난다. 사랑과 평화야말로 저항을 아우르는 더 큰 패러다임이고 목소리다. 거의 모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작가의 작품과 작업방식은 물론, 패션과 대중문화 현상을 오가는 질문과 답변의 끝에는 어김없이 그 두 단어가 남았다. 작업을 보면 더 명백해진다. ‘당신을 위해 기도_I pray for you’ 한다거나 ‘당신을 흠모_I adore you’ 한다는 메시지가 직접 쓰여진 작품 이미지만 봐도 그렇고, 이번 전시에 걸린 집의 이미지도 그렇다. 대상이야 누가 됐든 정말 사랑하고, 그래서 진심을 다 해 기도하며, 집처럼 평안해야 한다거나 집이야말로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작업에 차고 넘친다. 담론이 빈약하다고?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는데 들뢰즈와 라깡이 끼어들 틈이 있나? 있다 한들 굳이 끼어들 이유는 또 뭔가?

 

Break _Scratch Time

도예과를 졸업한 그를 두고 ‘강준영에게 도자기는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발현되는 작업 형태의 면면을 보면 그 수많은 도자기들과 도자기 형태를 차용한 페인팅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도자기는 표현의 방식, 내지는 표현의 도구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페인팅과 드로잉, 디제잉과 패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의 행보는 마치 바스키아나 앤디 워홀의 그것에 대한 오마주이거나 차용인 것처럼 보인다. 순수 예술 전반을 대중문화와 결합시키거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장르와 문화를 끌고 들어오는 형태는 완전히 닮았다. 생각해보면 그가 십대에 경험한 문화적 충격은 사실 그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 비교대상을 한국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며, 이미 그 문화에 심취한 그가 도자기를 선택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도자기 위에, 혹은 도자기 이미지를 이용한 작품에 바로 그 정서를 녹여내는 것이었으리라.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작업을 읽어내거나 지나치게 서구 특히 미국문화에 경도된 작업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삶의 궤적과 작업의 방향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교포와 유학생, 한국인과 미국인의 감성이 어떤 식으로든 동시에 작업에 작용하며, 이는 고정된 시각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와 그의 작업에는 디아스포라diaspora 의 감성이 녹아있다.

 

Verse 3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은 벽에 걸린 드로잉들이다. 대략 4년 여 동안 일기처럼 그려온 드로잉들 중 일부가 벽에 걸린다. 오일스틱과 유화물감이 이용된 원색의 페인팅과 화려한 그림과 글씨가 그려진 백자를 예상한 사람들에게 강준영이 내놓은 작품은 연필 드로잉과 흑백의 텍스트 페인팅이다. 어쩌면 강준영은 작업에 숨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가 감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이 집 이미지의 드로잉 작업으로 풀렸을 수도 있고, 집을 짓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나 지금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집으로 표현되는 가정 혹은 가족-의 발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작업들이 그의 일기와 다름 없다는 사실이고, 빈 작업실에서 가장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 작업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담론이 산처럼 쌓인 작품이 아니라 강준영의 그루브groove가 물처럼 흐르는 작품이다. 작업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희고 검은 면과 선은 그가 적은 라임rhyme이며, 벽에 걸린 작업들에는 그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일정하고 공통된 플로우flow가 있다. 그 라임과 플로우를 통해 강준영의 그루브를 재현하는 것. 이것이 이 작품들의 목적이고 가능성이다.

 

Outro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락과 힙합은 적지 않은 협업을 통해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에어로스미스Aerosmith와 런디엠씨Run DMC 는 <Walk this way>를 탄생시켰고, 린킨파크Linkin Park 와 제이지Jay-z는 <Numb / encore>를 만들어냈다. 아예 록과 힙합은 핌프락Pimp rock이라는 장르로 결합되기도 했다. 거기에는 투 베이스와 트윈기타의 날카로움과 힙합의 그루브가 공존한다. 그 장르간 결합의 케미스트리Chemistry가 락을 좋아하는 기획자가 힙합을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를 진행하는 이유고, 목적이다. PEACE!

 

  • 갤러리 버튼 함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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