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_Rhythm

정직성 개인전 <리듬_Rhythm>

2015. 6. 12 – 7. 3.

 

 

다시 형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자동차 엔진룸 내부임직 한 형상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직성의 작업을 오래 보아온 사람들에게, 이건 일련의 변화의 과정에 온점이 찍히는 순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공사장 추상 이 후 작업의 방향이 완전히 추상으로 돌아선 것인지에 대한 말들이 사석에서 오고 가거나, 제목이나 전시 타이틀을 두고 작품의 내용 (혹은 형상)을 유추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언제적 작업이 더 좋으냐’를 두고 호불호 논쟁 역시 종종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직성에겐 붉은색 연립주택 작업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 후 푸른 기계 시리즈와 공사장 추상 시리즈, 가장 최근에는 자연물(매화) 시리즈로 이어졌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정직성은 여전히 연립주택이다. 붉은 적벽돌 이미지들이 푸른 기계 이미지로 대체되는 동안에도 그는 어느 쪽에서도 발견되는 ‘질서’를 이야기했었다. 도시 곳곳에 다닥다닥 붙어 지어진 연립주택도, 복잡하게 뒤엉킨 듯한 기계도, 그들이 존재하기 위한 최적의 질서를 가지고 있고 작가는 그 나름의 질서가 발현된 순간, 혹은 장면을 포착, 재조합하여 재현했던 것.

 

그리고 이제 리듬(rhythm)이다. 흔하게 쓰이는 음악 용어인 리듬은 ‘흐른다’라는 뜻의 동사 ‘rhein’을 어원으로 하는 그리스어 ‘rhythmos’에서 유래한 말이다. 플라톤은 <노모스(법률편)>에서 리듬을 ‘운동의 질서’라 정의하기도 했는데, 이 ‘운동의 질서’는 그간 정직성이 작업을 통해 꾸준하게 이야기하고자 한 것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흐른다’라는 말 역시 변화를 내재한 일관성을 연상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음계나 화성이 없는 음악은 존재하지만 리듬이 없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일종의 법칙이며, 정해져 있는 것이다. 어떤 움직임에서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움직임이 당위와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정직성에게 리듬은 질서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

 

다시 리듬을 발견하고 형태를 구체화 할 마음을 먹은 정직성은 반갑다. 2008년 단체전에서 인연이 되어 몇 번의 서문을 쓰고 전시를 보는 동안 그의 작업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일견 (감히) 대견하거나 존경스러운 감정이 오가는 일이었다. 색이야 빨갛든, 파랗든, 나는 정직성의 작업에서 다시 차곡차곡 쌓이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찰칵 소리가 나기를 바랬다. ‘작업은 결국 삶의 반영’이라는, 이 바닥 어느 술자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흔한 명제가 참이라면, 그의 작업은 정말 삶을 반영하는 듯 보였고, 쭉쭉 그어나가는 붓질의 흔적이나 이전과 다르게 뭉개진 형태는 이런 저런 속내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작업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은 한결같아서 언젠가는 아예 ‘달라 보여도 여전히 정직성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통 여린지 강한지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작업 안에서 질서 혹은 법칙들이 발견되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전시의 제목이 반갑다. 리듬은 ‘흐른다’는 뜻에서 시작된 단어고, ‘운동의 질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더니’, 재현의 대상을 ‘운동의 질서’에서 발견하는 작가 정직성이 직접 지은 전시 제목이기 때문이다. 리듬은 당위와 체계를 갖추고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질서의 다른 말이 될 수 있으며, 그래서 어쩌면 안정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나름의 동선과 활동폭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의 움직임과 그의 손이 닿은 기계의 일정한 움직임은 최적의 위치와 형태로 여전히 올라가고 있는 적벽돌 빌라처럼 보이지 않는 질서를 갖고 있다. 가슴을 두드리며 했던 지난 번과는 다르게, 괜히 배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달라 보여도 여전히 정직성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 갤러리 버튼 함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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