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E, SHADE

여전히 세상은 엉망으로 변하고 있고, 그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지만 그래도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있으며 생겨나고 있는지, 그래서 사회와 시스템은 무섭도록 거대하고 그 안에 있는 나는 그저 바랜 천막 같아서 당장이라도 철거될 것 같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해를 더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필요하고 아직은 소중한 것인지, 그림을 그린 작가도,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전시는 읊조리는 기도 같은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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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

작가들은 디테일이 사라진 풍경과 화려한 색채의 숲의 이미지가 우리의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그러나 삐딱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라 말한다. 얼핏 흔한 풍경화로, 혹은 조형성에 집중된 그림으로 곡해될 수 있는 두 작가의 작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그것이 현실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고, 나아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감성을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조용한 풍경은 시끄러운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 뒷면에는 고요한 삶(still, life)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 혹은 누구의 삶은 여전히 계속(still, life)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풍경이 정물화(still life)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그저 우리는 보지 않았고, 볼 수 없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