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는 시간

고사리 Solo Show <살아내는 시간> 2017. 11. 7. - 11. 28     사라지는 것과 남은 것   고사리는 ‘집적’과 ‘수집’을 다양한 형태로 진행한다. 그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들을 모아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고 재구성하지만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의 의미는 단순히 작가 개인의 역사의 수집에 그치지 않는다. 평범함이 얻을 수 있는 비범함은 확장성에서 비롯되며, 고사리의 작업이 가진 확장성은… Continue reading 살아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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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BR_Project Space BUTTON&RAM

2017년 여름, 갤러리 버튼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양재동에 위치한 PSBR은 <Project Space BUTTON & RAM>의 줄임말입니다.  PSBR은 갤러리 버튼과 람 아트스쿨이 함께 운영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입니다. 전시와 함께 한달 간의 단기 레지던시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작가들의 실험과 성취에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얹겠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7-2, 지하 1층 3호선, 신분당선 양재역 8번 출구 또는 시내버스… Continue reading PSBR_Project Space BUTTON&RAM

파도_The Waves

버스에서 내렸을 때 그는 정류장 앞에 서 있었고 어딘가 어중간한 시장통을 지나 고시원이 있는 건물의 지하 3층으로 나를 데려갔다.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을 누군가와 함께 서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이유도 없이 아렸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이 모여있는 큰 건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을 시커멓게 그리고 있었다. 큰 파도와, 폭발하는 화산과, 아치 모양의 돌다리와 눈 내린 풍경이 온통 시커멓게 그려져 있었다. 진심으로 나는, 그것이 오롯이 지금의 나를 위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지_The Moment that I feel that I know

그러나 결국 ‘어딘가 편집증적이지만 그렇다고 어수선하지는 않은’ 전시를 하게 되었고, 가만 돌아보니 그건 작가를, 그리고 나와 그의 관계를 쏙 빼 닮았다. 적어도 전시가 열리는 지점에선 깊이가 있고 없고, 담론이 어느 지점에서 생기는지 따위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가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고, 내가 그 얘기를 받아 멋대로 말할 수 있는 전시가 되는 것. 깊지도 얕지도 않은 관계를 닮았다고 킥킥대며 대화할 수 있는 것. 일년에 몇 번 대낮부터 마시며 수다 떠는 그런 날이, 전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 전시는 충분히 괜찮다.

폭염_Heat Wave

문득 모로 누워 잠이 든 소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떠올린다. 불타오르는 캔버스와 도로 한복판에 생겨난 싱크홀, 콘크리트 덩어리일 어느 건물의 잔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 잠든 소녀에게는 어떤 분노나 절망, 무력감도 보이지 않는다. 손자국이 찍힌 장미꽃밭을 넘어 흩뿌려진 물감과 분명 언제든 생겨날 수 있는 매끈하지 않은 풍경들 사이로, 소녀는 쉼표처럼 숨 쉴 틈이 된다. 흡, 하고 들여 마시는 숨은 맥박을 느리게 하고 눈에 들어간 힘을 빼준다. 어쩌면 잠든 소녀는 이제의 다른 모습, 혹은 이제가 되고 싶은 이제의 자화상일 수도 있겠다. 근육에 피가 들어차 팽팽해진 상태를 이완시키는, 그래서 분노와 절망과 무력감이 중화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작품 속 이미지가 던지는 거친 질문의 답이 거기 있을 수도 있다.

코레오그래피_Choreography

'몸짓(Gesture)' 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의 하나로 무용예술과 같이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행위들 너머의 움직임의 근본적인 의미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그 다양한 표현과 해석의 가능성이 탐구되어왔다. 나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무용이론가인 루돌프 본 라반(Rudolf von Laban, 1879~1958)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무용의 기록체계(Labanotation)와 움직임 분석이론(Laban Movement Analysis)을 가상의 움직임을 창조하는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대로 잠들 수 없어

송지원의 작업은 관람객을 남의 일기장을 읽는 사람으로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동시에 관람객의 일기장도 꺼내 다시 읽게 만든다. 남의 기억을 통해 나의 기억을 되살리는 행위는 일견 따뜻한 감정이 오가는 순간일 듯 하지만, 모든 기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기어이 건드리고 싶지 않거나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 눈 앞에 맞닥뜨리게도 한다. 안정적으로 쌓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의 약한 충격에도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송지원의 총천연색 석고 조각들과 비슷한 구조다. 그녀의 작업은 양가적이다.

리듬_Rhythm

리듬은 ‘흐른다’는 뜻에서 시작된 단어고, ‘운동의 질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더니’, 재현의 대상을 ‘운동의 질서’에서 발견하는 작가 정직성이 직접 지은 전시 제목이기 때문이다. 리듬은 당위와 체계를 갖추고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질서의 다른 말이 될 수 있으며, 그래서 어쩌면 안정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나름의 동선과 활동폭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의 움직임과 그의 손이 닿은 기계의 일정한 움직임은 최적의 위치와 형태로 여전히 올라가고 있는 적벽돌 빌라처럼 보이지 않는 질서를 갖고 있다. 가슴을 두드리며 했던 지난 번과는 다르게, 괜히 배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달라 보여도 여전히 정직성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